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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가락농수산물시장에서 4일간 근무한 느낌...

by 연수현우아범 2009. 4. 28.



지난 금요일부터 가락농수산물시장 청과가게에서 점원으로 취직하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4일째...뭐 그닥 힘들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새벽 2시50분에 기상해서 대충 세면하고 자전거타고 가락시장에 도착하면 새벽3시20~30분사이가 됩니다. 각종 거래업체에서 오는 주문에 맞춰서 물건을 준비합니다.
박스단위도 있지만 식자재공급업체들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소량의 물건도 준비해야합니다. 레몬 몇개..키위 몇개..등등...좁은 냉동창고에 들어가서 쌓여있는 물건들 속에서 꼴랑 몇개꺼내자고 과일박스를 이리저리 옮기는게 조금 귀찮고 짜증(???)나기도 합니다...냉동창고가 꺼서 몸 움직이기에 불편하지만 않더라도 일이 훨씬 수월할거 같은데 겨우 팔이랑 어깨..허리정도만 움직일수 있는 공간에서 작업이니 불편하기짝이 없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일을 하면 시간이 잘가니 괜찮습니다...오후에는 일반 손님들 상대로 과일파는게 일인데 손님없으면 너무 지루하고..이렇게 일하고 월급받으면 참 면목없을거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보통 가락시장에서 점원으로 일하면 월급은 150만원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165만원에 시작했구요...일할 사람이 없어서 월급이 올라간게 아니라...제 일에 또하나 추가되는 일이 있습니다.
새벽에 공급할 물건들 준비를 끝내고 가락시장내에 배송할곳에 손수레차로 배송을 끝내고 나면 6시10분정도됩니다. 그럼 아침을 먹습니다. 아침 식사가 끝나면 7시에 제가 직접 스타렉스밴을 끌고 분당쪽으로 배송을 나갑니다. 보통 이런 일을 지입차량일이라고 합니다. 정확히 제 업무는 청과가게 점원+지입차량 기사일입니다.
분당에 5군데 배송을 끝내고 가게로 돌아오면 9~10시사이가 됩니다.
돌아와서 치열했던 새벽일의 마무리를 하고..일반 고객들에게 판매할 물건들을 배송받아서 매대에 까대기와 창고에 쌓기를 합니다. 생각만큼 물량이 많지 않아서 쉬엄쉬엄합니다.

정리가 끝나면 가게앞을 지나가는 일반 손님들 호객행위(?????)와...무거운 물건들 승용차까지 포터와 후진도우미가 주된 업무입니다. 중간중간 대량 물건을 주문하는 단골손님들 영업장이나 댁으로 배송을 나가기도 합니다. 사실 배송나가면 시간 잘가고 좋습니다..하루가 금방가니까요..

중간에 점심먹고...대충 매대정리...주변정리하면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죠...요새는 오후에 손님이 없어서 사장님이 오후3시반이면 퇴근하라고 종용을 하십니다. 저도 나이가 먹을만큼 먹어 사람보는 눈이 좀 있는데 저희 가게 사장님과 사장님 어머님...참 좋으신 분들이라 제가 일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가락시장일이 대한민국 3대 노가다중에 하나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제가 볼때는....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 진짜 힘든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대학다닐때 8번의 방학동안 거의 노가다를 했습니다. 일당 5만원짜리 잡부일을 구하기위해 마포 성산회관앞 인력사무실에 새벽 첫버스를 타고 나갔다가 순위에 밀려 허탈하게 집에 온적도 있었는데 그때 그 느낌은 정말 더럽고 비참했습니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요..암튼 일당 5만원짜리 건설현장 뒷처리잡부로 나가게되면..하루종일 오비끼와 아시방을 날라야하는데...그거 정말 힘듭니다. 진짜 식사와 참먹는 시간빼고 일만 합니다. 이런 일에 비하면 가락시장 일은 널널합니다.

제가 몸으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제가 1998년에 까르푸에 매니저수습과정때 식음료파트에 근무할때가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마음도 힘들었고..몸도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10년이상 젊어서 힘도 좋았을텐데 말이죠..하루에 공병 1만병을 분리작업하면...정말 죽어납니다.
수습매니저라 중간에 짤릴까바 죽기살기로 일도 했을테구요...근데 결과는 안좋았습니다. 아마 일을 계속 할수 있었다면 제법 그 분야에서 잘나가지 않았을까 생각도 듭니다.

두번째는 가락시장내에 다농마트라는 곳에서 1995~6년 겨울에 아르바이트했던 경험입니다. 손님들 짐나르고..역시 까대기는 기본에...손님들 물건 상자에 포장해주기...등등..겨울인데 귀마개같은것도 제대로 착용치 않아 귀는 동상에 걸리고...출근도 아침 일찍인데...3호선 끝자락인 녹번역에서 3호선 무슨 역인지 모르겠는데...내려서 가락시장까지 찬 새벽 겨울바람맞으면서 뚝방길을 걸어서 출퇴근...
사실...군대가기전에 유럽배낭여행이라도 가볼까해서 시작한 일인데 일이 끝날무렵 대한민국 육군 소위로 임관할 날짜가 다되어서 아르바이트 비용으로 부모님 세탁기 사드리고 군대가 아픔도 있습니다.......ㅡ.ㅡ

나이 37세에 가락시장을 시작한지 4일이 지난 현재 느낌은....잠이 좀 부족해서 아침 운전할때 졸음이 온다...좁은 냉장고가 싫다....손님없는 오후의 지루함은 죽음이다...정도입니다.
매일 바뀌는 과일시세를 기억하는게 어려운거 외에 가게돌아가는 것도 눈에 보여서 신선함을 잃어버린게 좀 걱정되구요...
조만간에 경매나 완전 도매쪽으로 옮겨서 새로운걸 배워봐야할까 생각도 들구요...
그리고 정말 건전하게...힘들게...노력하며...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많이 느낍니다.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한 20세먹은 건실한 청년점원이 저한테 아버지뻘이라는 소릴 듣는것도 재밌고....이런 성실한 젊은 친구들을 직접 대할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올 여름에 휴가는 갈수 있을랑가....휴가만 가면 참 좋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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